오늘은 고대 사회의 지배 권력과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알고리즘 권력을 비교 분석하면서,
과연 우리가 스스로를 통제한다고 믿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지를 다루어보려 합니다.
권력의 본질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깊이 살펴보겠습니다.
1. 고대 사회의 지배 권력: 신과 왕의 절대성
1-1. 권력의 신성화와 정치적 통제
고대 사회에서 권력은 주로 신성성과 결합되어 있었습니다. 왕이나 지배자는 단순한 행정 권력을 넘어 신의 대리자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집트의 파라오는 호루스 신의 화신으로 여겨졌고, 메소포타미아의 왕들도 신의 명령을 인간 세계에 전달하는 존재로 묘사되었습니다.
이러한 신성화는 단순한 믿음을 넘어 정치적 통제 장치로 기능했습니다.
신의 명령이라는 명분 하에 왕의 명령은 절대적이었고, 이에 대한 의문이나 반항은 신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결국, 고대 권력은 물리적 강제력과 종교적 정당성을 결합하여 사회 전체를 통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당시 사회구조를 보면, 권력은 분산되지 않고 철저히 중앙집중형이었습니다. 귀족, 사제, 관료 등 상위 계층은 왕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들의 지위를 공고히 했습니다. 일반 백성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권력의 정당성이나 방향성을 의심할 여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물리적 억압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신화, 종교 의례, 건축물(예: 신전, 피라미드) 등은 모두 왕권의 위대함을 시각적으로 각인시키는 수단이었습니다.
즉, 고대의 지배 권력은 단순한 무력이나 경제적 통제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가치 체계와 인식 구조를 지배함으로써 완성된 것입니다.
1-2. 고대 권력 시스템의 한계와 변동
하지만 아무리 절대적 권력이라 하더라도 불변할 수는 없었습니다. 자연재해, 경제적 붕괴, 외적 침입 등은 권력의 정당성을 흔들었고,
민심이 이탈할 때 신성성의 가면도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컨대, 고대 이집트 후기에는 왕권이 약화되면서 지방 총독들의 독립성이 커졌고,
종국에는 분열과 침략으로 이어졌습니다.
고대 권력은 정보의 제한과 신성화에 크게 의존했기 때문에,
시민들의 지식 수준이 높아지거나 외부 세계와의 접촉이 늘어나면 기존 체제는 쉽게 균열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점은 현대의 알고리즘 권력과도 흥미로운 대조를 이룹니다.
왜냐하면 현대 권력은 오히려 정보의 '과잉'을 통해 통제를 강화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2. 현대 사회의 알고리즘 권력: 보이지 않는 통제자
2-1. 알고리즘이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
현대 사회에서 '권력'을 이야기할 때, 전통적인 정부나 정치 기관뿐 아니라, 거대 기술 기업과 데이터 알고리즘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구글, 메타, 아마존, 틱톡 등 글로벌 플랫폼은 우리가 무엇을 보고, 듣고, 믿고, 소비할지를 결정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은 고대 왕처럼 명시적 명령이나 물리적 강제가 아닌, 훨씬 더 은밀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개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관심사, 신념, 소비 성향까지 세밀하게 파악하고 조작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소비한다고 느끼지만, 사실 그 선택의 폭과 방향은 이미 일정 부분 설계되어 있습니다.
특히 추천 알고리즘, 검색 결과 순위, 뉴스 피드 설정 등은 사회 전체의 담론 형성과 여론을 좌우할 정도로 강력합니다.
한 개인이 접하는 정보의 종류와 순서는 그의 인식과 판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고대 왕이 신의 권위를 빌려 사회 질서를 주입하던 것과 구조적으로 비슷합니다.
단, 오늘날에는 그 통제가 훨씬 미세하고 비자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2-2. 알고리즘 권력의 특징과 문제점
알고리즘 권력의 가장 큰 특징은 그 '불투명성'입니다.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콘텐츠가 추천되고 필터링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또한, 알고리즘은 '최적화'라는 이름 아래 상업적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진실성, 공정성보다는 사용자의 주목을 끌 수 있는 자극적 콘텐츠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로 인해 '에코 챔버' 현상(동일한 신념을 강화하는 정보만 접하게 되는 현상)이나,
'필터 버블' 문제(자신의 선호에 갇혀 다양한 시각을 접하지 못하는 현상)가 발생합니다.
결국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자유로운 판단 능력을 강화하기보다는,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고 '구조화'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또한, 알고리즘 권력은 민주적 통제 장치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알고리즘의 설계 원리나 작동 방식에 대해 공개하지 않으며, 국가 규제조차 기술의 복잡성과 글로벌 기업의 막대한 영향력 앞에 무력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현대인의 '정보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습니다.
3. 통제의 진화: 고대 권력과 현대 알고리즘 권력의 비교
3-1. 외형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은 통제 구조
고대 지배 권력과 현대 알고리즘 권력은 표면적으로는 매우 다릅니다.
고대 권력은 신화와 종교라는 상징체계를 통해 권위를 부여받았고,
현대 알고리즘 권력은 기술과 데이터라는 과학적 언어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합니다.
하지만 둘 다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유사합니다.
고대 사회에서는 신전, 제의, 신탁이 정보를 독점하고 해석했으며, 현대 사회에서는 알고리즘이 정보를 선별하고 배포합니다.
결국, 양자 모두 정보의 흐름을 장악함으로써 대중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조정합니다.
또한 둘 다 일반 대중이 통제 체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거나 직접 개입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고대인은 신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었고, 현대인은 알고리즘이 설정한 환경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이러한 점에서 통제의 양상은 시대를 넘어 본질적으로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3-2. 통제를 넘어서는 길은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통제 구조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완전한 탈출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통제의 메커니즘을 인식하고, 비판적으로 거리를 둘 수는 있습니다.
고대인들이 왕권에 의문을 제기하며 민주적 제도(예: 아테네의 직접 민주제)를 모색했던 것처럼,
현대인들도 알고리즘 권력에 대한 비판적 감수성과 디지털 리터러시를 키워야 합니다.
또한 투명한 데이터 거버넌스와 알고리즘 공개를 요구하는 사회적 운동 역시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다양한 정보원을 탐색하고,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편리함을 절대화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런 작은 실천이 모이면, 결국 새로운 시대의 정보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총 정리
고대 사회의 지배 권력과 현대의 알고리즘 권력은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정보를 통제함으로써 대중을 통제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대 왕은 신의 권위를 빌려 지배했고, 현대 알고리즘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용자 행동을 유도합니다.
둘 다 '보이지 않는 통제'를 핵심 전략으로 삼으며, 대중의 인식과 선택을 제한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과거와 달리 이 구조를 인식하고 비판할 수 있는 도구를 일부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활용하여 알고리즘 권력에 맞서 개인의 정보 주권과 비판적 사고를 지켜내는 것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과제가 될 것입니다.